[줄거리]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사랑과 기억을 주제로 한 감성 멜로드라마이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수진은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여성으로,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상황에 우연히 철수를 만나게 된다. 철수는 과묵하고 투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속이 깊은 건축 노동자이다. 처음에 어색했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두 사람은 화목하고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간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도 잠, 어느 날부터 수진이점점 사소한 것들을 잊어버리기 시작하면서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 심지어 남편인 철수의 존재도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병원을 찾은 수진은 젊은 나이에 걸린 알츠하이머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게 된다. 병은 빠르게 진행되고, 수진은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는 과정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으며 점점자신을 잃어간다.
철수는 이런 상황 속에 있는 수진을 헌신적으로 돌보며 그녀의 곁을 지킨다. 이후수진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인철수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지만, 철수는 끝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내는 모습을;보인다. 결국 수진은 철수 몰래 요양병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철수는 마지막까지 수진이 있는 곳을 찾아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사랑했는지를;조용히 전한다. 영화'내 머릿속의 지우개'는사람의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진정한 사랑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마무리된다.
[역사적 배경]
역사적 배경이나 사회적 맥락으로 보면,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가 겪었던 변화 속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은 경제적 성장과 함께 개인의 삶과 감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던 시기로, 가족과 연인 사이의 정서적인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젊은 여성에게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라는 영화 속 설정은 충격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또한, 남성 중심적이었던 당시 한국 사회에서 철수라는 남성 캐릭터는 묵묵하게 희생하며 상대를 지키는 새로운 남성상으로 그려졌다. 이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연애와 결혼의 형태를 보여주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알츠하이머]
영화 속에 나오는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 중 하나다. 이 병은 뇌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고 죽어가면서 기억력, 사고력, 언어능력, 판단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이 점차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을 가지도 있다. 알츠하이머는 보통 65세 이상의 노년층에서 많이 발병하지만, 가끔 드물게 40~50대 젊은 층에게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를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라고 한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방해하고, 타우 단백질의 변화로 인해 세포 내부 구조가 파괴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뇌의 신경망이 붕괴되고, 인지기능이 점차 감소하게 된다.
초기 증상으로는 최근 일 기억 상실, 말이 잘 나오지 않음,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는 등 가벼운 인지 장애가 나타난다. 병이 진행되면 자기 가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감정조절의 어려움, 공격적 행동, 환각, 망상 등의 정신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말기에는 스스로 식사를 하거나 배변, 걷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현재 알츠하이머는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으며,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물이 일부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관리, 환자와 가족에 대한 심리적 사회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알츠하이머는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므로, 가족들의 돌봄 부담과 감정적 고통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느낀 점]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기억이라는 요소가 사랑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짚어보게 만든 점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사람과의 추억, 순간, 대화 등을 통해 그 사랑을 확인하고 간직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억이 사라진다면 사랑도 사라지는 것일까? 수진은 기억을 잃어가지만 철수는 그녀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한다. 이 장면은 사랑이 단지 감정이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책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또한 영화는 삶의 무상함과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일상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수진의 변화는,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중한지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단순히 슬픈 사랑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할 수 있는 상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내고 싶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감정의 깊이와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며,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명작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