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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모이 : 줄거리, 역사적 배경, 감상평

by joyjjae 2025. 6. 16.

일제강점기시대 조선의 복장을 하고 있는 7명의 남녀

 

줄거리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한복판, 1940년대를 배경으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치열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김판수는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력 강한 인물로, 전과자라는 이유로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인물이다. 생계를 위해 남의 가방을 훔치다 조선어학회의 사무장 류정환에게 붙잡히게 되지만, 뜻밖에도 류정환은 판수에게 일자리를 제안한다. 그 일이 바로 '조선어 사전'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어를 수집하는 ‘말모이’ 작업이었다. 처음엔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말의 가치도 모르는 판수였지만, 점차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말속에 담긴 삶의 깊이와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조선어학회는 조선어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방언과 단어들을 모으고, 글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조선어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어 이 모든 활동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환을 비롯한 학자들과 실무진들은 ‘말은 곧 민족’이라는 신념 아래 사전 편찬에 몰두한다. 김판수는 무식하다는 열등감과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점차 ‘말’을 지키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의 변화는 곧 우리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상징이 된다.

그러나 결국 조선어학회의 활동은 일제에 발각되고, 조직원들은 강제 연행된다. 끔찍한 고문과 심문 속에서도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투옥된 가운데에서도 사전 원고만은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전해지며,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말모이 원고를 외부로 빼돌리려 한다. 영화는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평범한 사람들이 민족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마지막에는 해방 이후 이들이 지켜낸 말이 조선어 큰사전으로 이어졌음을 암시하며, 한글과 우리말을 지켜낸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게 한다.

역사적 배경

『말모이』의 역사적 배경은 1940년대 초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전개된 '조선어학회 사건'과 그 이전부터 이어진 우리말 사전 편찬 운동이다. 1910년 일본에 의해 강제 병합된 이후, 조선은 지속적으로 문화적 탄압을 받았다. 특히 1938년 제2차 조선교육령을 통해 조선어 교육은 점차 축소되었고, 1940년대에는 아예 금지되기에 이른다. 일본은 조선인을 황국신민화하려는 정책 아래 조선어 사용을 억압했고, 신문과 잡지, 책 등의 한국어 출판물도 폐간되거나 검열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어학회는 민족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1929년부터 '조선어 사전' 편찬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말모이'는 순우리말로 '말을 모은다'는 뜻이다. 조선어학회는 전국 각지의 사투리, 방언, 일상어까지 모아 사전을 만들고자 했고, 이는 단순한 어휘 정리 차원을 넘어 조선 민족의 정체성과 정신을 지키기 위한 저항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쳐 단어를 수집하고, 뜻과 용례를 정리했으며,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학술적 접근으로 체계적인 사전 편찬 작업을 수행했다. 하지만 1942년, 일본 경찰은 조선어학회의 이러한 활동이 민족주의적 저항이라 판단하여 대대적인 탄압을 가한다.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학회 관계자 33명이 검거되고, 그중 이윤재·최현배 등 주요 인물들이 고문을 받았으며, 2명이 옥사하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조선어학회 사건은 단순한 학술 탄압이 아니라, 식민지 조선의 정체성을 말살하려 했던 일본의 문화적 침탈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오히려 우리말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광복 후 조선어학회가 해방되어 '큰사전' 편찬 작업으로 이어진다. 1957년, 마침내 『조선말 큰사전』이 완간되며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 『말모이』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말 한마디에 담긴 문화와 혼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숭고한 희생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오늘날 우리가 한글을 자유롭게 쓰고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무명의 사람들의 치열했던 투쟁과 헌신이 존재했음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의 실제 활동과 ‘말모이 운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33명이 체포되고, 2명이 옥사한 실화가 배경이다. 당시 일본은 한국인의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어 교육을 강요하며, 한국어 신문과 서적의 출판도 금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조선어학회는 1929년부터 조선어 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단어를 수집하는 ‘말모이’ 운동이 전개되었다. 말모이란 말 그대로 “말을 모은다”는 의미로, 전국 각지에서 방언과 토속어까지 수집하여 사전에 반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 사전은 단순한 언어 기록이 아닌,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키는 저항의 상징이었으며, 영화는 이러한 점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결국 이들의 노력은 해방 이후 『큰사전』으로 이어져 한국어 사전 편찬의 초석이 되었다.

감상평

『말모이』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민족의 혼이고 정체성임을 강하게 일깨워주는 영화다. 영화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훌륭한 연기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깊이 울린다. 유해진은 평범한 인물이 민족의 사명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인간적으로 연기하며, 윤계상은 냉철하고 지적인 인물 속에 따뜻한 열정을 담아내어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영화는 무겁고 역사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중간중간 유머와 따뜻한 장면들을 배치해 감정의 균형을 잘 유지한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위대한 역사를 만든다는 메시지는 지금 시대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단어 하나하나에 깃든 사람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소중함과, 그것을 지켜낸 이들에 대한 감사함이 절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