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반도〉는 전작 〈부산행〉 이후 4년이 흐른 세상을 배경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폐허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존과 구원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정석은 군인 출신으로, 바이러스 확산 당시 여동생 가족과 함께 탈출을 시도했지만, 끝내 여동생과 조카를 잃고 자신과 매형 민정만이 탈출에 성공해 홍콩에서 망명 생활을 하게 된다. 그로부터 4년 뒤, 홍콩의 한 조직은 한국에 남겨진 미화 2천만 달러가 실린 트럭을 회수하는 임무를 제안하고,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에 정석과 민정은 다시 좀비가 창궐한 반도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 국가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채 폐쇄되었고, 감염자 외에도 사람들은 야만적인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었다. 이들은 고립된 도시에서 631부대라는 군인 잔재 조직에 의해 습격당하고, 민정은 납치되고 정석은 트럭을 잃은 채 도망친다. 도중에 정석은 생존자 미진과 그녀의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4년 동안 도시 외곽에서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며 고립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미진의 딸 준이와 아들 동환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운전 실력과 생존 능력을 지녔으며, 이들의 활약은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을 한다. 정석은 미진 가족과 함께 트럭을 되찾고, 헬기 구조를 위한 신호를 보내려 하지만, 631부대의 부대장 황중사와 대치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631부대는 좀비를 이용한 비인도적인 ‘좀비 경기’를 벌이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고, 그들은 생존자들을 배신과 고문으로 통제하고 있었다. 결국 정석은 미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싸우기로 결심하고, 긴박한 카체이싱과 총격전 끝에 트럭을 되찾는다. 미진은 아이들을 먼저 탈출시키고 스스로는 희생을 선택하며 감염자 떼를 유인해 구조가 가능하게 만든다. 마지막 순간, 정석 역시 구조를 거부하려 했지만 아이들의 외침과 미진의 희생을 기억하며 다시 헬기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는 희망이 사라진 땅에서도 인간성과 가족애가 존재하며, 끝내 그것이 생존과 구원의 열쇠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마무리된다.
역사적 배경
〈반도〉는 허구의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서사에는 현대 사회와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은유와 비판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 속 한국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는 실제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발생하는 국가 간의 봉쇄 조치와 외교적 단절을 상기시킨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의 혼란과 불안, 국가 대응 시스템의 마비 등은 영화 속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아 더욱 현실적인 공감을 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631부대는 기존의 군대가 아닌 생존을 위해 폭력과 권위를 휘두르는 자경단 형태의 조직으로, 국가 권력이 사라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무정부 상태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사람들을 납치하고 ‘좀비 경기’라는 비인도적 행위를 벌이는데, 이는 과거 독재 정권 또는 전쟁 상황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또한 해외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의 시선을 통해, 폐허가 된 조국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정체성과 고립감, 자책감을 그려내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닌, 실제 역사와 사회가 보여주는 불안정성과 폭력성, 그리고 공동체의 붕괴 이후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회적 시뮬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감상평
〈반도〉는 전작〈부산행〉보다 더 넓은 공간과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인간성과 가족애라는 주제를 다시 한번 강렬하게 조명한다. 영화는 단순한 좀비 액션이 아니라, 폐허 속 인간 군상이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깊이 있게 다룬다. 주인공 정석은 처음엔 금전적 보상과 생존만을 생각하지만, 미진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책임과 희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특히 미진의 딸 준이와 어린아이가 좀비를 피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놀라운 생명력과 희망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영화의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차량 추격 장면과 대규모 전투는 할리우드 못지않은 스케일을 보여주지만, 일부 과도한 CG와 클리셰적인 전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가장 무서운 것은 좀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631부대라는 생존자 조직은 인간의 이기심, 권력욕, 그리고 도덕적 붕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그 속에서 미진과 정석 같은 인물들은 마지막까지 인간성을 지키려는 존재로 남는다. 영화는 혼란과 절망의 시대 속에서도 희망은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끝까지 유지하며, 단순한 재난 영화에서 벗어나 감정적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