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
영화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상하이와 경성을 오가며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작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안옥윤(전지현)은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가진 조선의 독립군 저격수다. 그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로부터 조선 주둔 일본군 사령관 카와구치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을 암살하라는 작전을 명령받는다. 옥윤은 저격수 황덕삼(조진웅), 폭파 전문가 속사포(최덕문)와 함께 비밀리에 경성으로 잠입한다. 그러나 암살 작전은 정보 유출로 인해 일제의 감시망에 노출되고, 이들을 쫓는 밀정 염석진(이정재)의 배신으로 더욱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염석진은 겉으로는 독립군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일본 경찰과 협력하고 있는 이중 스파이다. 한편, 이들과는 별개로 돈을 받고 살인을 청부받는 킬러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 그의 조수 영감(오달수)도 작전에 얽히게 되며, 모든 등장인물들의 운명은 한 지점으로 향하게 된다. 영화는 이들 각자의 사연과 선택이 교차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결국 작전은 많은 희생 끝에 성공을 거두지만, 영화는 단순한 암살의 성공 여부를 넘어 각 인물의 신념, 배신, 정체성을 깊이 탐색하며 마무리된다. 특히 염석진의 배신과 옥윤의 결단은 영화의 정서를 비극과 승리의 교차점에 위치시킨다.
[ 역사적 배경 ]
'암살'은 픽션이지만, 영화 속 배경과 일부 인물 설정은 실제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은 실존했던 항일운동의 주요 거점이었고, 임시정부의 무장투쟁 노선도 실재했다. 안옥윤은 실제 독립운동가인 남자현, 박차정 등의 인물을 종합해 창조된 캐릭터다. 여성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저격 및 폭탄 투척 등 무장투쟁을 했던 이들의 흔적이 영화에 녹아 있다. 염석진 캐릭터 역시 일제에 협력했던 밀정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인물이며, 그의 배신과 정체성 혼란은 당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겪은 실질적 고뇌를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인들 사이에서의 친일파 청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실존했던 친일 인사 강우규 의사의 투척 사건이나, 의열단의 폭탄 투쟁 등이 영화 속 설정과 맞닿아 있다. 이처럼 '암살'은 완전한 역사 재현보다는 '역사적 분위기와 감정'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며, 관객들이 당시의 긴박하고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따라서 '암살'은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민족 정체성과 기억을 되짚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 감상평 ]
'암살'은 시대극이면서도 오락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잡은 보기 드문 한국 영화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탁월한 캐스팅이다. 전지현은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통해 새로운 액션 여전사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이정재는 냉혹한 배신자의 복잡한 심리를 밀도 있게 연기했다. 하정우 특유의 유머감각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조절해 준다. 액션 연출 또한 뛰어나다. 총격 장면 하나하나에 긴장감이 실려 있고,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세트와 의상, 촬영 기법은 1930년대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특히, 상하이 거리와 경성 시내를 배경으로 한 추격신과 교전 장면은 박진감과 몰입도를 동시에 잡았다. 감정선 또한 섬세하다. 영화는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신념과 배신, 선택의 갈림길에 선 인간 군상을 묘사한다. 특히 염석진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진짜 독립이란 무엇인가','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다. 독립운동은 단순히 총을 쏘는 전쟁이 아니라, 정체성과 믿음, 사람 사이의 신뢰를 지키는 싸움임을 일깨워준다.'암살'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닌, 우리가 기억하고 고민해야 할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암살'은 시대적 비극과 개인의 드라마, 역사와 오락성을 모두 아우른 명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각색과 배우들의 열연, 깊은 메시지까지 담아낸 이 영화는 반드시 한 번쯤 관람할 가치가 있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